독서리뷰

[독서리뷰] 지금과는 다른 시선으로 나를 돌아보기 '퇴근길 인문학 수업-전환' 2

별의 기록 2025. 2. 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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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인문학 수업 : 전환

PART1PART2에 담긴 여섯 개의 강의를 리뷰했다.

퇴근길 인문학 수업4개의 PART가 각각 3개의 강으로 구성되어 총 12개의 강의가 담겨있다.

12개의 강의가 다른 주제를 담고 있는데 모든 강의들이 다 흥미롭고 재미있는 내용이어서 짧게 리뷰하기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래서 한권의 책을 두 PART로 나누어 독서리뷰를 작성하고 있다.

이번에는 지난 독서리뷰에 이어서 PART3PART4에 담긴 6강의 이야기를 리뷰하려 한다.

 

기본정보
제    목 퇴근길 인문학 수업 : 전환
지은이 정창권, 민혜련, 신정현, 최옥정, 안하, 전미경, 조상인, 박원주, 나성인, 이정선, 정재서, 안나미, 백상경제연구원
출판사 한빛비즈
정    가 17,000

 

 

PART3 예술과 일상

 

<PART3 예술과 일상> 말 그대로 예술에 대한 3개의 인문학 강의로 구성되어 있다.

나에게 있어 예술 활동은 독서나 연극, 영화, 전시감상이 대부분이기에 많이 낯설지만 그만큼 더 새롭게 알아갈 수 있어 재미있었다.

 

 

‘제7강 미술은 의식주다’

 

서울경제신문 편집국 문화부 차장 조상인님의 강의이다.

 

단색화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단색화는 1970년 한국 미술계에서 주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던 화풍으로 한 가지 색조로 화면을 채우는 작품이다.

그런 단색화가 약 40년 만에 다시 소환되어 2014년을 전후해 최근까지 경매 거래가가 열 배나 오르며 미술시장에 새 기운을 불어넣었다.

단색화는 정신수양에 가까운 반복적인 행위로 화면을 구성하는 특징 때문에 한국의 선비정신과 일맥상통하는 의미를 갖게 되었고, 이제는 조형성뿐만 아니라 정신성에서도 공감을 얻어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 브랜드가 되었다.

단색화 열풍이 미술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은 사실이지만, 특정 화풍으로의 쏠림 현상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시키기도 한다.

저자는 단색화 그 이후를 논해야 하는 때가 됐다고 한다. 미술은 삶에서 의식주이기에 편식되지 않은 균형을 가져야 건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서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미술가 김환기(1913~1974)를 소개해 주는데, 최근 그의 작품들이 미술 경매시장 최고가 기록을 거듭 갈아치웠다고 한다.

김환기의 가치가 급등한 이유 역시 단색화와 연관이 있다. 한국 추상미술의 한 유파인 단색화를 태동시킨 주역으로 그가 꼽혔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음으로는 컬렉터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들이 그림을 사는 이유에 대해서 미술품은 개인이 독점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유일한 예술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준다. 곡이나 소설, 뮤지컬, 발레, 연극 등은 독점할 수 없지만, 그림은 오로지 사유할 수 있다는 특성이 있다.

소유욕이 전부라면 보석, 시계, 자동차 등을 모을 수도 있지만 컬렉터들에게 미술품이 앞의 물건들과 다른 이유는 로망의 여부라고 한다.

취향을 드러내면서 예술에 대한 지적 욕구도 채우고 돈도 벌고 신분 상승까지 얻을 수 있는 취미이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은 201711월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 오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진품으로 출품된 예수의 초상화 살바토르 문디(구세주)’라고 한다. 4530만 달러(5천억 원)에 낙찰되었다고 한다.

다빈치가 그린 작품 중 세상에 남아 있는 대부분의 그림은 미술관들이 소장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작품으로는 살바토르 문디가 유일했기에 열정과 재력을 가진 컬렉터라면 탐낼 만한 작품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한다.

미술에 대해 전혀 몰랐던 새로운 사실과 소식들을 접하게 되면서 얕지만 나의 인문학 지식도 한층 넓어진 느낌이 들었다.

 

 

‘제8강 창의력의 해답, 예술에 있다’

 

현대미술가 박원주님의 강의로 역시나 미술 이야기이다.

 

저자는 미술품을 보고 '저게 뭘까? 왜 저렇게 했을까?' 하고 궁금해진다면, 작가가 살았던 시대와 작품이 나온 시기를 찬찬히 들여다볼 것을 권한다.

그렇게 시작해 조금씩 살펴보고 비슷한 작품도 알게 되면 어느새 이게 무슨 미술인가? 하는 불편함이 호감으로 바뀔지도 모른다고 한다.

미술품을 감상할 기회가 오더라도 그 작품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는데 저자의 말대로 동시대의 다양한 작품들을 함께 접하다 보면 그 의미를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다음으로 프랑스의 화가 에두아르 마네에 대해서도 소개해주는데 익숙한 이름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마네는 물감을 여러 번 덧발라 살결의 색감을 흉내 내지 않아도 진짜 사람처럼 보이게 하거나, 세밀하게 그리지 않아도 충분히 그림이 되고, 가볍게 한두 번의 붓질로 산뜻해지는 느낌을 좋아했다고 한다.

 

이어서 프랜시스 베이컨과 루치안 프로이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프로이트와 베이컨은 20세기 최고의 구상화가들이다.

베이컨은 이름이 같은 16세기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과 먼 친척이고, 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손자라고 한다.

익숙한 이름이어서 '혹시?' 하고 생각했는데 손자였다니 모네에 이어 두 번째로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지인의 지인을 만난 느낌이랄까.

 

 

‘제9강 예술의 모티브가 된 휴머니즘’

 

클래식 칼럼니스트 겸 음악감독 나성인님의 강의로 앞의 두 강의와 달리 음악에 대한 강의여서 또 다른 재미를 느꼈다.

 

가장먼저 베토벤의 교향곡 9합창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합창은 독일의 젊은 극작가 프리드리히 실러의 축시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고난을 극복한 인간의 환희는 제 삶에만 머무르지 않고 보편적인 인류애로 확장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 숱한 절망의 순간과 환희의 순간마다 연주되었고, 2001년 세계기록 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되었다고 한다.

한 작품에 대한 히스토리를 알게 되니 더 친숙해지기도 하면서 또 새롭게 다가왔다.

 

다음으로 작곡가인 쇼팽과 슈베르트, 지휘자인 구스타프 말러, 음악가 아르놀트 쇤베르크를 소개해준다.

쇤베르크는 역사 이래 가장 야만적인 사건이었던 홀로코스트를 충격전인 음악으로 기록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산가족들, 위안부 할머니들, 세월호의 아이들과 같이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삶이 많이 남아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지금 우리 땅에서 돌아보는 사람 없이 사라져가는 마지막 사람들일지도 모르기에, 그들에 관한 기억은 우리 땅의 예술이 책임져야 할 몫이라는 것이다.

 

<PART3 예술과 일상>은 예술에 대한 이야기답게 중간마다 미술작품과 음악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QR코드가 새겨져 있다. 덕분에 더욱 다채롭게 인문학을 접할 수 있었고, 내용에 대한 보다 더 깊은 이해도 가능해서 좋은 시간이었다.

예술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기회로 아주 조금은 친숙해진 느낌이 들었다.

 

 

PART4 천체와 신화

 

 

‘제10강 지도를 가진 자, 세계를 제패하다’

 

국문학자 이정선님의 강의다.

 

처음으로 고지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이 또한 전혀 몰랐던 새로운 이야기들이어서 재미있었다.

고지도에는 땅과 바다의 위치뿐만 아니라 각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세계관과 역사가 그대로 녹아 있다.

고지도를 해석하는 것은 그 고지도에 표시된 세계와 표시되지 않은 세계 사이의 갈등을 읽어내는 일이다.

그래서 지도에 표시된 선과 문자, 그림은 표지되지 않은 더 넓은 세계로 안내하는 이정표가 되기도 한다.

 

고대의 세계지도는 대부분 신화 속 이미지를 형상화하거나 주변의 정황 표시 정도를 나타낸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고대 그리스인들은 실제 여행이나 항해를 통해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지도를 그리려 노력했다고 한다.

그리스를 중심으로 발달한 지도 제작술은 지리학자이자 천문학자였던 프톨레마이오스에 의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게 된다.

 

서구사회가 이렇게 발달된 지도 제작술을 계승하지 못하던 중세시대를 보내고 있을 무렵, 이슬람 지도학자들은 이미 9세기에 프톨레마이오스의 작품을 아랍어로 번역해 분석하고, 중국과의 교역을 통해 얻은 지식도 지도에 반영했다.

15세기에는 유럽의 지도 제작술이 획기적인 발전을 이뤘고, 이후 콜럼버스에 의해 발견된 아메리카까지 추가되면서 세계지도는 점점 현대의 세계지도와 닮아갔다.

당시 프랑스 최고의 지도 제작자로 알려진 당빌은 1737년 새로운 동아시아 지도인 신중국지도총람이라는 지도책을 완성하는데, 이는 조선을 독립국가로 인정한 최초의 유럽 지도라고 한다.

 

다음은 바다이야기다. 지도상 바다 명칭의 유래와 우리 바다 동해를 이야기해준다.

세계지도상에는 일본해로 더 알려진 동해는 단순히 동쪽 바다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해가 뜨는 바다로서 신성함과 기원의 대상이 되었던 곳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우리 조상은 동해를 외경했으며, 문자가 생기기 전부터 한 해의 풍요와 다산, 평안과 번영을 기원했다고 한다.

바다에 대한 명칭 표기는 192118개국이 모여 세계의 해양과 바다의 경계를 설정하고 고유한 명칭을 부여하면서 시작되었으나, 우리나라가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국권 침탈로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자 일본은 1923년 동해의 명칭을 일본해로 등록했다.

우리나라는 1991년 유엔 가입을 계기로 국제수로기구와 유엔지명표준화회의에 동해 표기의 수정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동해의 명칭을 두고 한국과 일본 간의 첨예한 대립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이름이라는 것은 그 의미로 정립되어 우리의 의식에 각인되기에 동해를 세계지도상에 올바로 표기하고,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전에 뉴스나 기사 등에서 여러 차례 접했던 이야기이긴 하지만 다시 한 번 각인되는 기회가 되었다.

 

이어서 학창시절 배웠던 김정호를 소개해주는데 일제가 만든 교과서로 왜곡되어 전해진 김정호의 이야기와 실제 기록에 의한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탄생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당시에 이렇게 정확하고 풍부한 정보를 담은 실용적인 지도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대단하게 느껴졌다.

 

 

‘제11강 동양 신화의 어벤져스’

 

이화여대 명예교수 정재서님의 강의다.

 

어릴 적 쉽게 접할 수 있어 더욱 익숙하게 느껴지는 그리스로마 신화가 아닌 동양 신화에 대한 강의지만 그리스로마 신화의 인물들과 비교해줘서 이해하기 쉽고, 또 앞 강의의 고지도처럼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여서 빠져보게 되었다.

동양의 제우스 흙의 신인 황제, 불의 신 염제, 창조와 치유의 여신 여와, 죽음과 불사약의 서왕모, 동양의 헤라클레스 예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초등학교 시절 만화로 된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던 내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제12강 천문이 곧 인문이다’

 

한문학자 안나미님의 강의다.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별자리 운세와 같은 점성술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점성술은 태양과 달, 그리고 별이 인간의 운명을 예고하고 결정짓는다고 믿고 별의 영향을 해석하는 의사과학이다.

제우스를 중심으로 한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이야기가 펼쳐ㅈ지는 서양의 별자리 세계관과 하늘의 일이 땅에서도 일어난다고 믿었던 동양의 세계관의 같은 밤하늘 다른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혜성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는데 과거 혜성은 재앙을 가져다주는 불길한 별이었다고 한다. 규칙적인 하늘의 움직임에 느닷없이 나타나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같은 의미로 태양의 흑점이 커지만 재앙이 일어난다며 두려워했기 때문에 태양 흑점도 꾸준히 관찰해 기록한 흔적이 있다.

별의 탄생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마치 한 사람의 일생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별 또한 태어나면서 어린 별, 청소년 별, 늙은 별의 단계를 거쳐 죽음에 이른다. 사람의 인생과 다른 점이 있다면 별은 죽으면서 나온 먼지와 가스가 섞여 에너지가 발생하면서 새로운 별들이 탄생한다.

영원히 살지는 못하지만 다시 생을 반복하는 셈이다. 태양도 지구도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쳐 태어났다고 한다.

 

무한한 우주를 생각할 때면 순간이나마 모든 일들이 부질없고, 하찮게 느껴질 때가 있다.

거대한 우주의 일부인 우리은하, 그 안에 태양계를 이루는 작은 별인 지구는 모래사장의 모래알 정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이 들다가도 나는 그래도 살아가고 있기에 우주 속 먼지에 불과할지라도 나라는 별을 밝게 비추는 인생을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을 마무리하곤 한다.

 

이번 인문학 수업도 흥미롭고 재미있는 주제들로 가득한 강의였다. ‘퇴근길 인문학 수업 : 관계에 비해 내가 잘 모르거나 거리가 멀던 분야들에 대해 새롭게 알게된 사실들이 많아 또 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이게 바로 퇴근길 인문학 수업의 장점이자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퇴근길 인문학 수업의 다른 시리즈도 독서리뷰로 소개하는 날까지 열심히 독서해야겠다.

 

이상으로 퇴근길 인문학 수업 : 전환두 번째이자 마지막 독서리뷰 끝.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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