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인문학 수업’ 시리즈의 관계와 전환에 이어 세 번째 독서리뷰이다.
이번 독서리뷰는
‘퇴근길 인문학 수업 : 전진’
이다.
이번에도 지난 시리즈들의 독서리뷰와 같이 두 개의 포스팅으로 나눠서 글을 써보려고 한다.
‘퇴근길 인문학 수업’을 구성하는 12개의 다른 주제가 담긴 강의들을 한 포스팅에 녹여내기에는 아직 나의 글쓰기 실력이 부족한 것 같다.
기본정보
제 목 퇴근길 인문학 수업 : 전진
지은이 김나정, 윤민정, 최옥정, 박선욱, 박희용, 정현정, 나성인, 김최은영, 민혜련, 안나미, 장형진, 오준호, 백상경제연구원
출판사 한빛비즈
정 가 17,000원
‘퇴근길 인문학 수업’은 4개의 PART와 각 PART를 구성하는 3개의 강의들로 총 12개의 강의가 담겨있다.
강의는 해당 주제의 전문가들로 모든 강의들의 저자가 다르다.
그런데 이번 지은이 정보를 적던 중 익숙한 이름이 있었다. 이전 ‘퇴근길 인문학 수업’ 시리즈에서도 강의를 들려주셨던 저자분이 몇 분 계셔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PART1 문학과 문장
첫 번째 강의는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 김나정님의 '문장의 재발견'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퇴근길에 하나의 책을 소개해주는데 모든 책을 꼭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맛깔나게 소개해준다.
첫 번째 책은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다.
어느 날 아침 주인공이 벌레가 된다. 벌레의 시선으로 본 세상과 가족들, 그리고 자신의 심정을 이야기하는데 저자가 풀어주는 이야기만으로도 ‘변신’에 푹 빠지게 됐다.
독일의 철학자 아도르노는 인간소외를 즐겨 다루는 카프카의 작품에 ‘사실성’과 ‘신빙성’이 담겨 있다며, 실존주의가 두려움을 자극하며 탈주가 불가능한 그의 작품은 결국 삶에 대한 태도를 바꾸게 한다고 했다.
두 번째 책은 일본의 셰익스피어라고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이다.
신비주의로 보이는 선생님과 그런 신비로움에 이끌려 다가가는 제자의 이야기다.
선생님이 자신의 마음을 해부해 낱낱이 살펴보며 절망에 빠지는 장면이 나의 마음에 깊이 와 닿았다.
저자는 선생님이 남긴 마음의 해부학은 인간의 마음에 내재한 어둠과 그 작동원리를 낱낱이 밝힌다고 했는데, 나도 나의 진짜 마음이 어떤지 깊게 들여다보는 게 두려울 때가 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세 번째 책은 박완서 작가가 마흔에 데뷔작으로 쓴 ‘나목’이다.
전쟁 통에 자신의 잘못으로 오빠들이 죽게 되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주인공의 연애소설로, 벌거벗고 메마른 나무라는 뜻의 ‘나목’은 주인공의 처지와 마음상태를 이르는 것이다.
소설의 말미에 주인공은 자신이 사랑 같은 인간적인 감정을 누릴 자격이 없다던 생각에서 조금은 벗어난 듯했다.
연애소설이라고는 했지만 당시의 배경으로 보아 전쟁의 아픔과 이를 극복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라는 시선으로도 감상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다음으로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을 소개해주는데, 발자크는 2천여 명이 등장하는 90여 편의 소설로 구성된 ‘인간 희극’으로 19세기 프랑스를 송두리째 그려내고자 했다.
‘고리오 영감’은 ‘인간 희극’의 맛보기로 볼 수 있다고 한다.
마지막은 청소년 권장도서로 손꼽히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다.
소설의 탈을 뒤집어쓴 철학서나 경전에 가깝다고 한다.
이 소설이 던지는 어떻게 나다운 내가 될 수 있을까?라는 근원적인 질문은 난이도가 매우 높아 풀이에 일생이 소요되기도 한다.
제목은 들어봤지만 내용을 모르는 책들도 있었고, 처음 접한 책 제목도 있었는데 저자가 너무 재미있게 풀어주는 책 이야기로 모두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그 소설의 작가나 관련된 책들을 함께 읽으면 좋은 책으로 추천까지 해주기 때문에 읽고 싶은 책 리스트가 더욱 풍부해질 수 있었다.
‘제2강 괴물, 우리 안의 타자 혹은 이방인’
인문학자 윤민정님의 강의로 19세기 소설인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로버트 L.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례’,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를 소개해준다.
세 괴물은 우리의 무의식을 부정적 거울로 판타지의 세계에 투사해 얻은 이미지다.
우리 안의 이질적 존재를 아마화해서 희생함으로써 온전한 자기동일성을 가전 이성적 주체로 거듭나고, 내면의 불화에서도 벗어난다는 것이다.
단순히 판타지 소설로만 여겼던 나의 생각을 완전히 깨트리고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 강의가 참신하게 느껴졌다.
‘제3강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퇴근길 인문학 수업 : 전환’에서도 만났던 최옥정님의 강의다.
‘Change the words, Change the world'. 언어가 세상을 바꾼다는 인용문 소개로 언어의 힘을 강조한다.
나의 언어를 바꿀 수만 있다면 언젠가 나의 세계도 바뀔 것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독서와 글쓰기를 추천한다. 글이 되는 순간 객관적인 거리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자기 인생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
독서법과 글 쓰는 법을 추천해주는 글이 나에게 귀하게 다가왔다.
독서를 많이 하지 않고는 좋은 글을 쓸 수 없다면서 좋은 문장을 많이 접해볼 것을 권하는 저자의 말에 그동안 의미만 느끼며 읽던 글이 어떤 단어로 구성되어 있는지 분석하게 되었다.
글을 읽는 새로운 시각이 생겨나게 되었다.
PART2 건축과 공간
'제4강 가로와 세로의 건축'
건축학과 교수 박선욱님의 강의로 '광장'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광장, 프랑스 파리 1구에 위치한 방돔 광장, 파리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자랑하는 콩코드 광장, 스페인 마드리드의 마요르 광장, 영국 버밍엄의 빅토리아 광장, 독일 베를린의 포츠담 광장 등 유럽의 여러 광장을 소개해준다. 휴식과 공유, 소통이 이루어지는 광장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건축물이라고 생각한다.
근대 건축가들과 그들이 지은 건축물도 소개해주는데, 건축물의 묘사로 그 건축물을 상상한 후에 같이 있는 QR로 직접 건축물을 구경하는 게 재미있었다.
해체주의와 자연 중심적 건축에 대한 이야기에서 더 집중하게 된 부분은 친환경 건축과 생태주의 건축에 대한 이야기였다. 친환경 건축은 건축물을 계획하고 설계하는 단계부터 철거하기까지 전체 과정에서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건축이고, 생태주의 건축은 철저하게 자연을 중심에 두는 생태 중심적 사고로 전통적의 환경주의보다 급진적인 경향을 보인다.
어렵고 낯설기는 해도 더 이상의 환경파괴를 멈추기 위해서라도 친환경 건축과 생태주의 건축을 위한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제5강 시간과 공간으로 풀어낸 서울 건축문화사’
장소인문학자 박희용님의 강의다.
세계문화유산인 창덕궁의 이야기로 시작해 왕의 공간인 당가를 세밀하게 소개해준다.
수원 화성을 보고 옛 건축물에 대한 매력에 빠져 화성투어와 경복궁투어에 참여했던 나였기에 흥미를 느끼며 읽어나갔다.
그런데 수요일 강의 말미부터 미간이 찌푸려지는 이야기들이 시작됐다.
식민권력이 조선과 대한제국의 상징적, 역사적인 공간들을 하나씩 파괴하기 시작한 것이다.
경복궁과 하늘에 제사를 드리는 제천단인 원구단을 전시장과 호텔로 만들었으며, 나라를 위해 희생한 군인들을 추모하고 사기를 높이려는 의도로 조성된 황후와 을미사변의 기억공간으로 소개되기도 한 장충단을 이토 히로부미를 기리는 추도회의 공간으로 사용했다.
이토 히로부미를 기리는 박문사를 세우는 과정에서는 신성한 경복궁의 선원전 건물을 뜯어와 고리로 사용하고, 경희궁의 정문인 홍화문을 옮겨와 이름을 바꿔 경춘문이라는 산문으로 사용하는 등 건물이 지닌 상징성을 식민지 전략에 맞춰 철저하게 파괴했다.
역사적 아픔이 민족의 역사를 상징하는 건축물에까지 서려있다는 사실에 속상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기록을 통해 현재까지 전해져 잊히지 않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제6강 건축가의 시선’
다울림 건축사사무소장이자 건축공학과 겸임교수인 정현정님의 강의다.
빛으로 인해 공간의 분위기는 다양하게 변주된다.
건축의 역사는 빛의 역사라고 할 만큼 빛은 건축물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라고 할 만큼 빛에 대해 강조한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주거공간을 빛이 잘 드는 남향위주로 설계하는 방식이 빛을 중요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빛 외에도 색과 선, 틈과 여백, 파사드와 같이 건축물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에 대해 강의해주는데 단순히 그 목적에 따른 공간으로만 여겨졌던 곳들을 이 강의를 읽고 난 후 색다르게 느껴졌다.
일상의 시간으로 돌아가 세상 밖으로 성큼성큼 나아가자는 의미의 ‘퇴근길 인문학 수업 : 전진’의 첫 번째 리뷰는 12강의 강의 중 6강까지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내가 평소에 좋아하던 문학책을 여러 권 추천받아 기분이 좋기도 했고, 기존에 알던 스토리를 새로운 각도로 보게 된 계기도 됐다.
요즘 관심 있는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도 접할 수 있게 돼서 너무 좋은 기회였고, 낯선 분야인 건축물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의 폭도 더 넓어지게 된 좋은 시간이었다.
이상으로 ‘퇴근길 인문학 수업 : 전진’ 첫 번째 독서리뷰 끝.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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