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전 쯤 온라인 쇼핑몰을 구경하던 중에 충동적으로 3권의 책을 구매했었다. 어떠한 정보도 없이 제목만으로 골랐던 책들이었는데 이번에 그 책들 중 하나인
‘도망치고 싶을 때 읽는 책’
을 리뷰하려고 한다.
당시엔 소설에 빠져 이 책을 못 읽고 있었지만 제목에 이끌려 골랐다는 건 그 시기의 나는 아마 조금은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기본정보
제 목 도망치고 싶을 때 읽는 책 : 삶에 지친 당신을 위한 피로회복 심리학
지은이 이시하라 기즈코
옮긴이 이정은
출판사 홍익출판사
정 가 13,800원

‘지금은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없긴 한데’라는 생각으로 책을 읽어 가는데 과거에 내가 도망치지 못했던 때와 앞으로의 상황에 대입해보니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다.
‘도망치고 싶을 때 읽는 책’은 6개의 파트로 나뉘어져 있고, 각 파트는 여러 도망치고 싶은 상황으로 구성되어 있다.
‘PART1 일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때’
‘PART1 일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때’ 에서 정의되는 타자중심과 자기중심은 앞으로의 이야기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다.
타자중심은 의식의 눈이 다른 사람이나 주변 사물을 향하는 것이고, 자기중심은 의식의 눈이 오롯이 자신에게 향한다.
타자중심으로 살다보면 자신의 감정이나 욕구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심할 경우엔 무시하고 억압하다가 종국에는 자신의 마음을 잃어버리게 된다.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자신의 의지에 따른 선택을 통해 최선의 방법을 찾으며, 자기의 감정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고민을 해결한다. 자기중심이 되어 자신의 마음과 마주하는 습관이 들면 내가 처한 상황도 분명히 파악하게 되면서 내가 직면한 상황이 정말로 도망칠 일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가 쉬워진다.
저자는 쉬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하는 노력이아니라 좋아하기 때문에 하는 노력을 이상적인 태도로 본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휴식인데 좋은 휴식이란 그냥 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쉬고 싶은 자신’을 마음으로부터 허락하는 일이다.
그냥 쉬는 것만으로도 육체적 피로가 풀릴지 모르지만, 기분 좋게 몸과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면 좋은 휴식이라고 부를 수 없다는 것이다.
평소 휴일에도 계획적으로 생활하는 편인데 모든 계획을 제쳐두고 쉬기만 하는 날은 계획을 지키지 못했다는 마음에 하루를 온전히 편안한 마음으로 쉬지 못하고, 하루를 마무리할 때가 돼서야 오늘은 그냥 쉬는 날이었던 걸로 하자라며 합리화하던 내가 떠올라 그동안 좋은 휴식을 취하지 못하게 스스로를 보채던 내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진짜 일을 잘한다는 말을 듣는 사람은 여러 문제들을 신중하게 파안한 뒤 자기 힘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을 가려내고 그에 따른 대책을 세운다. 일을 잘하려는 마음에 무엇이든 혼자 떠안으려다가 어느 순간 숨이 막힐 것 같은 순간을 맞이하지 않으려면 일상 속에서 습관처럼 자기의 마음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일이 필요하다.
‘PART2 인간관계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때’
인간관계 문제로 괴로워하고 있다면, 먼저 타자중심의 삶에서 벗어나 자기중심적인 인생의 주인공이 되는 연습을 시작하라고 한다.
심리학에서는 자기의 감정을 기분 좋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삶의 모든 국면에 자기 자신을 한복판에 놓고 현실을 바라보는 일이 선결문제라고 말한다.
타자중심으로 살면서 오히려 타자와 멀어지는 모순이 생기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깨달아야 된다는 것이다.
직장에 불편하고 싫은 사람이 있다면 나쁜 관계를 이어가거나 상대방을 무시하고,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는 건 현명하지 않다.
그러나 마음에도 없는 사람과 억지로 사이좋게 지내려 할수록 또 다른 부작용이 초래된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저자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라는 말을 들려주며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때 가장 원만한 상태가 된다고 한다.
나와 생각이 다르고, 심지어 상대하기 싫은 사람과 억지로 사이좋은 척하며 지내다보면 그 감정은 표정이나 동작을 통해 적나라하게 상대방에게 전달된다. 그러니 모든 인간관계에서 감정을 숨기는 가면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게 최선이다.
그럼에도 아무리 노력해도 도저히 가까워질 수 없는 사람과는 애써 노력하고 배려해도 인간관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도망치는 편이 좋다고 한다. 물론 아무리 싫어도 인간관계를 도저히 끊을 수 없는 때에는 이해를 얻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가급적 빨리 대화를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하라고 한다. 필요한 용건만 실행하는 것을 첫 번째 행동수칙으로 삼으라는 뜻이다.
‘PART3 책임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때’
책임감으로 인한 중압감에 시달리는 사람이라면 집중해서 볼 파트이다. 주변의 기대가 큰 무게로 느껴지고, 부담감에 시달리다 실패를 저질러서 주변의 기대를 저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때 무의식의 한편에서는 중압감으로부터 벗어나니 다행이라는 목소리가 울려 퍼질지도 모른다. 의식과 무의식의 불일치가 내면세계에서 갈등하고 반목하면서 정신의 균형을 깨뜨린다는 사실은 정신의학의 오래된 진리라고 하니 신빙성 있게 들렸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스트레스가 질병으로 치닫는 초기 단계의 증상이라고 한다.
누군가 나에게 기대한다면 그건 그 사람의 자유라는 사실을 늘 기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상대방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마음이 든다면 상대와 나 사이에 확실한 경계선을 긋고 나 스스로 자립한 상태로, 주변 사람의 무조건적인 기대로부터 독립적인 존재로 만들어야 한다. 이 관계는 직상에서의 상사와 부하직원 뿐만이 아니라 자식과 부모, 부부 사이, 학생과 선생님, 지역사회 리더와 시민 사이에서도 적용된다.
‘PART4 결정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때’
‘PART4 결정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때’는 한 번 더 자기중심에 대해 이야기한다.
결정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은 타자중심적인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자신이 주체가 되어 인생을 이끌지 못하고 주변 상황에만 신경이 곤두서 있는 것이다.
자기중심으로 살아갈 경우에 생기는 상황을 두려워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두려움이란 실패에 대한 걱정, 책임의 무거움, 주위 사람들의 시선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현재의 상황을 분명하게 인식해서 가장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하고 움직인다. 이기주의적인 삶을 택하라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모든 일에서 맨 앞자리에 자기 자신을 두고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것이다.
‘PART5 거절할 수 없는 상황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때’
이 PART는 착한아이 증후군이 의심되는 사람이라면 도움이 될 파트라고 생각한다.
거절하는 것과 거절당하는 일은 서로에게 큰 스트레스가 된다. 거절할 일이면 당당하게 거절하는 것도 업무의 기술이고 지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방이 부탁을 거절했다는 사실보다 상대의 부정적인 태도에 신경을 쓰고 그런 쪽에만 민감하게 반응해서 서로에게 불만을 느끼며 상처를 받는다. 처음부터 직접적으로 거절했으면 오해가 생기지 않았을 텐데, 트러블로 번질까 봐 두려워서 말을 돌려가며 거절을 하다가 더 큰 화를 부르는 것이다. 거절을 잘하는 사람일수록 대인관계가 좋다. 자기중심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우선 자신의 마음을 소중하게 여기기에 거절을 할 때는 자신의 속내를 언어로 에둘러서 표현하지 않고 직접적인 방법을 선택한다.
저자는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방법을 제시해주는데 마음속 감정을 직접적인 언어로 표현하면 자기 스스로 자신의 감정과 대화하며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그런 마음이 상대방에게 전달되니 상대방 또한 감정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인간관계를 나누면서 서로의 마음을 소통하는 공감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PART6 걱정과 두려움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때’
마지막 파트인 ‘PART6 걱정과 두려움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때’는 내가 목차를 보며 가장 눈길이 갔던 파트이다. 물론 기대와 설렘이 더 크겠지만 미래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은 누구나 느끼고 살아갈 수 있다.
저자는 두려움을 뛰어넘으려고 억지로 참으면서 강해지기를 바라지 말라고 한다.
오히려 지금 있는 자리에서 최대한 멀리 도망치라고 한다. 도망치고 싶어졌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그동안 심리적으로 자기 자신을 몰아붙인 상태라는 뜻이다. 그렇게 격렬하게 몰아붙이는 상태가 되었다는 것은 그렇게 될 때까지 몇 번이나 되돌릴 기회가 있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때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인정하는 사람은 위험이 느껴지는 순간 상황을 멈추거나 되돌릴 수 있다. 자신의 마음과 정면으로 마주했기에 도망치고 싶어지는 이유도 분명히 알고 있다.
도망친다는 것은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을 포기한다는 말이 아니라 더 좋은 방법을 생각하거나 안전한 루트로 전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도망쳐도 된다는 안심감이 안전한 대책을 만드는 토대를 낳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도망친다는 말을 승패의 관점에서만 바라보기 때문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 도망을 패배가 아닌 위험이 큰 곳에서 언제까지나 머물지 않고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향동한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비겁하거나 나약한 느낌이 사라진다. 산을 오르는 데 오로지 하나의 길로만 가라는 원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힘든 상황에 몰리기 전에 더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해 도망치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정리하자면 ‘도망치고 싶을 때 읽는 책’에서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현재의 감정’을 알라는 것이다. 현재의 마음이 도망치고 싶다는 감정이라면, 그것은 그동안의 생각과 행동과정에서 그때마다의 현재 시점의 마음을 무시해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불편한 감정이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면 그 감정을 무시하고 외면할 게 아니라 인지하고 그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럴 수 있다면 내 감정이 벼랑 끝에 내몰려 도망치고 싶은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으로 ‘도망치고 싶을 때 읽는 책’ 독서리뷰 끝.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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